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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주호민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인정될까? [여의도변호사 조기현]

목차
1. 주호민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
2. 자녀 가방에 넣은 녹음기, 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까?
3. 2024년 대법원 판례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이유
4.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인정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5. 대법원이 제3자 녹음금지의 예외를 인정할 가능성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입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와 관련된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22년 주호민 씨 부부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내면서 시작됐습니다.

녹음파일에는 특수교사가 학생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취지 등의 발언을 한 내용이 담겼고, 이를 근거로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주호민 씨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달장애 아동과 같이 피해 사실을 직접 설명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3자 녹음금지에 예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오늘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아동학대전문변호사로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녹음금지 예외 인정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1. 주호민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부모 자신은 그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 녹음에 해당하게 되죠.


특히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취득한 대화 내용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이 사건의 1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교실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입니다.


결국 녹음 내용이 어떤지보다는 그 녹음파일을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재판의 쟁점이 된 것입니다.


2. 자녀 가방에 넣은 녹음기, 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까?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의심되는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녹음도 문제가 될까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특히 영유아나 장애아동처럼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녹음 외에 당시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증거는 그만큼 엄격한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증거능력이 판단됩니다.


따라서 의도와는 별개로,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자료는 형사재판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만약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집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자료까지 모두 증거로 인정한다면,

불법적인 녹음이나 무단 촬영, 위법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까지 재판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나 개인이 적법한 절차를 지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도와는 별개로,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자료는 형사재판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증거능력은 개별적인 사정이나 목적 등이 아니라 관련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경우>

– 영장 없이 위법하게 압수수색하여 확보한 물건이나 전자정보

–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메시지·사진·파일

–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

– 고문·폭행·협박 등으로 강요하여 얻은 피고인의 자백

–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는 등 위법한 절차에서 확보한 진술

–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추가로 확보한 2차적 증거


3. 2024년 대법원 판례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이유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대법원 판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수업시간에 피해아동에게 욕설을 비롯해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자녀의 다리에 피멍이 든 것을 발견한 뒤 학교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였고,

이에 자녀의 가방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내 수업시간 중 교사가 학생들에게 하는 발언을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녹음파일에는 교사가 피해아동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심은 부모가 확보한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사용하여 교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역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녹음기를 자녀의 가방에 넣은 부모가 교사 발언의 상대방인 학생이 아니며

해당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교사의 발언이 교실 안에 있던 특정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은 맞지만,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결국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이러한 대화를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되고,

위법하게 녹음된 대화 내용은 같은 법 제4조 등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교실 내 발언을 녹음했다는 점,

그 녹음파일이 아동학대 혐의를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대법원이 기존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발달장애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근거로 제3자 녹음에 관한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가 이번 상고심에서 살펴봐야 할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인정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학대 상황에서 스스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피해아동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상당히 일리가 있죠.


다만 16년차 변호사로서 저의 생각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형사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번 사건 하나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다.


만약 발달장애 아동이라는 이유로 제3자 녹음의 예외를 인정한다면 다음 문제는 예외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입니다.

발달장애 아동에게만 허용할 것인지, 의사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에게도 허용할 것인지,

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가 연이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교사의 기본권과 방어권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교사가 자신의 발언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향후 형사재판이나 징계절차의 핵심 증거로 사용된다면 대화의 비밀과 사생활의 보호, 피고인의 방어권과도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특정 발언 하나만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발언의 내용과 경위, 당시 상황, 반복 여부, 교사와 아동의 관계, 해당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복지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만 우선시하여 형사절차에서 지켜야 할 증거법상 원칙을 소홀히 한다면 법의 원칙과 질서가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하면 이후 다른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사정이나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어떤 증거가 재판에서 허용되고 배제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지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거를 수집하도록 한 원칙 역시 흔들릴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의 증거능력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5. 대법원이 제3자 녹음금지의 예외를 인정할 가능성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번 사건에서 곧바로 제3자 녹음금지의 새로운 예외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어디까지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이미 유사한 사건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고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욱이 증거능력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좌우할 수 있는 형사절차의 핵심 문제입니다.

개별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예외를 판례를 통해 새롭게 인정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발달장애 아동 등 스스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아동을 위해 별도의 예외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친 입법을 통해 허용 요건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단은 주호민 씨와 특수교사 개인의 사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대법원의 판례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